천지서

낙일초(落日抄)

yyrf 2018. 8. 13. 12:58

 

 

낙일초 (落日抄)

 

숨막힘과 억울함에 쫓기어

허덕이며 허덕이며

달려온 오늘이 기진 맥진

영원의 제단 앞에서

찬란하고 장엄한

대단원(大團圓)의 공작춤을 춘다

뉘우치며 뉘우치며 ――

풀벌레가 이별의 노래를

갈매기가 비탄의 몸부림을 보내고

 

태양이여

쌓이고 쌓인 수많은 미결(未決)을

수많은 별들에게 인계하기에

오색 찬연한 <테이프>를 끊으며

그대는 미지의 의식에다

내일의 주사위를 던지는가

 

태양이여 태양이여

이 밤사 또 내 비둘기는

어느 목을 더둠어

찢긴 날개를 어루만지며

이 찔긴 어둠을 달래라는 것인가?

 

유영 제2시집  『천지서』1975, 중앙출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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