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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랑데뷰 3

착 각

하도 어수선하니까 과연 해가 제대로 떠있는 것인지 우주의 운행은 정상인지 한 발자욱 한 발자욱이 어쩐지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해서 때로 용하게도 내가 살아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정말 아직은 무사한 건지 거울을 찾고 또는 살을 꼬집어 보며 하늘을 쳐다보고 그냥 남몰래 웃고 또 웃어보는 때가 있다 내가 못난 탓인가 어리석은 탓인가 정말 우습지 않은가 우습지 않은가

너와 나의 랑데뷰 2021.04.01

봄의 입성

묏새가 쪼아내는 봄비늘에서 싹이 폭발한다 꽃이 춤을 춘다 나비 벌들의 날개가 시동한다 숨은 눈자욱은 완강히 후퇴를 거부하지만 새봄의 감전은 소리없이 과거를 일소한다 바람이 숨은 눈에 동조하지만 누가 감히 세월을 거역하랴 개나리 산수유 목련이 횃불을 올려 새봄의 입성을 환영한다 승리의 선봉을 자처하며 미래의 새 전설을 엮는다

너와 나의 랑데뷰 2021.03.21

꽃 샘

꽃 샘 너무도 얄밉다 응할 듯 말듯 까다로운 첫사랑의 눈치 같은 얄미운 제스쳐 그렇게 아깝고 그렇게도 인색한가 필듯 말듯 오는 듯 마는 듯 봄을 농락하는 그 눈치 진짜 보람은 웃고 올 것인가 짧은 인생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너와 나의 랑데뷰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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