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12월11일 공지사항
2002년에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로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번역을 한 지가 십 이년 째입니다. 어떤 일이든 십년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을 믿고 시작했지만 십년을 넘기고 되돌아 생각해보니 그 말이 거짓말이든지 아니면 제가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던지 둘 중 하나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상을 받게 되었어도 부끄럽게도 여전히 번역에 전문가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번역에 대해 참 감사할 것이 많습니다. 번역 덕분에 무엇을 하건 책으로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번역 덕분에 편집자 여러분과 동료들,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운이 좋았는지 번역한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좋은 책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책에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번역 작업은 단어 하나를 벽돌 하나 쌓듯 하나씩 쌓아 올리는 길고 지루한 노동입니다. 아무리 지겨워도 벽돌을 한꺼번에 나를 수 있는 묘수 따위는 없습니다. 제가 옮기는 그 단어 하나 하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지겨운 작업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들어간 노고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폄하되기 일쑤인 현실에서 가끔은 회의를 느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이 길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제가 그 지긋지긋한 노동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상은 번역하는 노동에 대한 격려와 위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새삼스레 깨닫는 것은 어떤 일이든 크건 작건 제가 살면서 이룬 것은 모두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주변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는 점입니다. 저에게 단어 하나하나의 무거움을 가르쳐 주신 서숙 선생님과 늘 저를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랑하는 가족, 번역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어 준 동료 여러분과 오늘 자리를 준비해 주신 유영 학술재단에 감사를 전합니다.
<약력
- 1973년생
-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 박사학위 취득.
- 영국 SOAS대 번역학 석사.
- <순수의 시대>, <광대 샬리마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 20여권 번역.
- 현재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연구교수로 재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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