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8회 유영번역상 수상소감 - 송은주 선생님

yyrf 2017. 6. 16. 21:07



2014년12월11일 공지사항


2002년에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로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번역을 지가 이년 째입니다. 어떤 일이든 십년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을 믿고 시작했지만 십년을 넘기고 되돌아 생각해보니 말이 거짓말이든지 아니면 제가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던지 하나인 같은 생각이 듭니다.


상을 받게 되었어도 부끄럽게도 여전히 번역에 전문가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번역에 대해 감사할 것이 많습니다. 번역 덕분에 무엇을 하건 책으로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버리지 않을 있었습니다. 번역 덕분에 편집자 여러분과 동료들,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운이 좋았는지 번역한 보람을 느끼게 주는 좋은 책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책에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번역 작업은 단어 하나를 벽돌 하나 쌓듯 하나씩 쌓아 올리는 길고 지루한 노동입니다. 아무리 지겨워도 벽돌을 한꺼번에 나를 있는 묘수 따위는 없습니다. 제가 옮기는 단어 하나 하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지겨운 작업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없는 일일 것입니다. 권을 번역하는 들어간 노고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폄하되기 일쑤인 현실에서 가끔은 회의를 느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길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제가 지긋지긋한 노동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은 번역하는 노동에 대한 격려와 위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새삼스레 깨닫는 것은 어떤 일이든 크건 작건 제가 살면서 이룬 것은 모두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주변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는 점입니다. 저에게 단어 하나하나의 무거움을 가르쳐 주신 서숙 선생님과 저를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랑하는 가족, 번역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어 동료 여러분과 오늘 자리를 준비해 주신 유영 학술재단에 감사를 전합니다.



<약력

- 1973년생

-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 취득.

- 영국 SOAS 번역학 석사.

- <순수의 시대>, <광대 샬리마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없게 가까운> 20여권 번역.

- 현재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연구교수로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