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악 부 (雪 岳 賦) 에델바이스의 애무로 철마다 고와지는 조화(造化)의 기형아(畸形兒) 하늘을 움켜잡고 구름을 분만(分娩)한다 동해(東海)의 추파에도 야유에도 의연 태연 불퇴전의 좌선(坐禪) 머루 다래 먹고 다람쥐 너구리를 달래며 고고(孤高)한 스스로의 꿈에 산다 침묵의 절규가 하늘에 메아리 하여 별 하나 하나에 부딪고는 다시 골짜기의 뭇꽃 뭇새들 노래로 반전(反轉) 이슬이 마르기 전에 목탁에 초탈(超脫)을 울려 창조의 진통을 무량(無量)의 샘으로 흘려 내리는 영악(靈岳) 태양과도 맞서는 강인한 의지 시끄러운 지동설(地動說) 따위야 한낱 선잠에 흘리는 하찮은 헛소리 설악(雪岳)은 미소와 달관(達觀)에 젖는다 세월이라는 영겁의 허수아비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유영 제2시집 『천지서』1975, 중앙출판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