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17회 유영번역상 수상소감

yyrf 2023. 11. 25. 09:34

파친코를 번역하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점차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모두 포기하려는 시기에 선물처럼 기회가 왔습니다.

파친코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역사를 다룹니다.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나 힘든 삶을 부지할 수밖에 없던 이주자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도 여전히 차별을 받으며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그 후손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양진과 선자의 모정(母情), 훈이와 이삭의 부정(父情)을 느낄 때마다 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무참한 핍박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던 처지에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단단한 내면과 강인한 생명력을 잃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선자의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저도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연륜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훌륭한 번역가님들이 많은데 경력도 실력도 부족한 제가 이 큰 상을 받게 돼서 무척 부끄럽습니다. 과분한 영광을 주신 유영학술재단과 유영번역상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더디게 가도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는 격려와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이 땀과 노고를 바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선조의 고달픈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다시 일깨워 주신 이민진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더불어 파친코가 좋은 책으로 출간되도록 밤낮없이 고생하신 출판사 인플루엔셜, 늘 이끌어 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시는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