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서

파 도

yyrf 2018. 9. 21. 10:44

 

 

파 도

 

파도는

내가 오기 전부터

내가 오기 전 몇 억천만 년

태초의 아침부터

저렇게 외쳤겠지

끊임없이 외쳤겠지

끊임없이 외쳤으련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바이 없어라

 

갈매기는 알고 있을까

고래 상어는 알고 있을가

하고많은 흘러간 인류 중에서

알아들은 이 누가 있을까

설마 아담은 알았겠지

알았어도 이브 때문에 잊었으리

소크라테스는 알았을까

호우머 오딧슈우스는 알았을까

알았다면 무슨 소린지 전해 주었으련만

전한 바 없으니

들어보아도 들어보아도

내 알아 들을 바이 없어라

 

〈컴퓨터〉의 계산으로도

우주 과학의 우주 정복의 분석으로도

해답은 안나올 듯

 

고기잡이는 그물 치기에 바쁘고

사공은 노 젓기에 넋을 잃고

어린이는 조개 줍기에 여념이 없을 뿐

 

하찮은 나

물방울 하나 밖에 안되는 나

모기 소리만도 못한 내 목소리

기껏 오십여 년 외쳐도 외쳐도

누구 하나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여라

 

파도여 말하라

알기 쉽게 말하라

억천만 년의 그 부르짖음

그 무언 신비의 절규

진정 무슨 소린지

Yes냐 No만이라도 말하라

 

물어도 빌어도 대답이 없어

기슭을 거닐며

온 종일 바보처럼

나 갈매기를 불러보고

조개껍질을 뒤져보고

뜻을 찾으며 찾으며

파도에 귀를 기울인다

 

파도여 파도여

내일도 모레도 도 글피도

내 물음에 아랑곳없이

변함없이 파도는 부르짖겠지

아는 이 없이 쉬는 일 없이

끝이 없이 한이 없이………

 

유영 제2시집  『천지서』1975, 중앙출판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