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별곡

한오리 꽃잎

yyrf 2018. 3. 30. 09:20

 

 

한오리 꽃잎

 

새삼스레 들추어 무엇하랴

역겨웠던 겨울의 비정(非情)들을

지나간 세월이 돌아와

아쉬움 앞에 다소곳이 손발 모아

울어주겠는가 웃어주겠는가

 

어지러운 사연도

서툰 하소연도

한 오리 꽃잎으로

한 오리 꽃술로

승화해 이렇게 웃는 것을

 

총칼을 들이대도

천둥번개가 누리를 어지럽혀도

함박꽃은 태연자약

그저 제 빛 제 노래에 취하고

봄의 운명을 달래는 것을

 

제 가락 제 갈채 제 분수로

세월의 향연을

어김없이 스스럼없이 만유에게

찬란히 노래하는 것을

이렇게 하늘을 우러러 웃어대면

모두가 한뜻

향기로운 봄바람이 이는 것을

 

            유영 제3시집   『인간별곡』1985, 문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