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함

 

 

편 지 함

 

들어가며 나가며 까닭 없이

편지함을 열고는 중얼거린다.

아들 소식 안오는 것이

편지함 때문인가

들어가다 나가다 열고 닫으며

까닭 없이 화를 낸다

딸의 소식 없는 것이

편지함 때문인가

행여나 무슨 소식 반가운 소식이

없나 하고 기다리는 마음들

편지함은 까닭 없이 핀잔을 맞는다

식구마다 드나들며

편지함에 손을 대고

저마다 중얼거린다

편지함이 무슨 소식통인가

무슨 계시의 샘인가

예언의 루트인가

복음의 대변자인가

이슬을 맞으며 비를 맞으며

생기는 것 없이

숨김 없이 받아서는 내주며

까닭 없이 핀잔만 맞는 편지함

그러면서 그 많은 말들 속에서도

말이 없는 편지함

 

        유영 제3시집  『인간별곡』1985, 문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