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별곡

木 蓮

yyrf 2018. 1. 28. 18:59

 

 

木 蓮

 

꽃이라 일컫기에는

그 일컬음이 너무나 비속하고

향기라 부르기에는

그 부름이 너무나도 미흡한

 

저 망각의 세월에서 홀연히 솟은

너 생명의 기적이여

네 앞에서는 표현의 문이 막혀

그저 넋을 잃고 황홀히 취함이 있을 뿐

 

아기의 첫 이 같은 그 흰 빛

온 겨우내 온 천지에 쌓였던

그 많던 백설(白雪)의 정화(精華)냐

 

춤의 극치로

존재의 종막을 장식하는

저 백조(白鳥)의 눈빛이냐

 

온 누리의 흰 빛이란 흰빛

온 누리의 향기란 향기

다 곱하고 곱하여도

다달을 수 없는 네 빛남이

 

이토록 현란히 넘쳐

봄의 철문을 여니

뒤따르는 천하 만물의 향연이

아무리 무진장이라 해도

네게는 미치지 못하는

 

너는 봄의 〈알파〉요 〈오메가〉

너 이외의 다른 봄을

꽃을

찾음이 그저 어리석음이리

 

        유영 제3시집  『인간별곡』1985, 문조사